임신 중 A형·B형 간염 예방접종을 맞은 실제 경험과, 왜 이 선택을 하게 됐는지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 항체 검사부터 접종 후 통증까지, 임산부라면 꼭 알아야 할 정보와 감정을 담았습니다.
임신 중 예방접종? 처음엔 불안부터 앞섰어요
임신 중에는 뭘 먹어도, 뭘 발라도 조심스럽다.
그런데 병원에서 갑자기 “A형, B형 간염 예방접종을 맞는 게 좋다”는 말을 들었을 때,
순간 당황스럽고 무서운 마음이 앞섰다.
“임신 중인데... 접종을 해도 괜찮은 걸까?”
“혹시 아기에게 영향이 가면 어쩌지?”
한창 아기집을 확인하고, 심장소리를 들으며 조심스럽게 하루하루 보내던 내게
‘주사’라는 단어는 꽤 큰 부담이었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은 조용히, 그리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건 아기를 위한 접종이라기보다, 산모인 엄마를 위한 예방이에요.”
그 한마디에,
나는 접종 여부를 고민하기보다 내 몸을 지키는 것의 의미를 되짚어보기 시작했다.
항체 검사 결과, 나는 A형도 B형도 없었다
예방접종 이야기를 처음 들은 건 임신 12주차쯤.
정기 검진 후, 피검사 결과를 보던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산모님, A형 간염 항체가 없고, B형도 항체가 없네요.”
난생처음 내 간염 항체 유무에 대해 신경 써본 적이 없었다.
평소 건강검진도 자주 받지 않았던 나는,
내 몸 안에 이런 면역 상태까지는 알지 못했다.
그런데 임신이 되면서
단순히 '감기 안 걸리게 조심해야지' 수준을 넘는 건강 관리가 필요하다는 걸 실감하게 됐다.
의사 선생님은 “특히 A형 간염은 임산부가 감염되면 고열, 간 기능 저하, 탈수 등으로 입원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 말이 결정적으로 나를 움직였다.
병원에서 들은 설명 – 엄마를 위한 선택
“이건 태아를 위한 접종이라기보다는, 산모 자신을 위한 선택이에요.”
이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임신을 하면 모든 게 ‘아기를 위해’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이 예방접종은
‘엄마인 나’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예방의 시작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또 덧붙였다.
“임신 중 A형이나 B형 간염에 걸리면, 치료를 하기가 매우 어렵고
산모가 탈진하거나 고열로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어요.
아기를 지키려면, 먼저 엄마가 버틸 수 있어야 해요.”
그 말에 난 확신이 생겼다.
"맞자. 나를 위한 선택이 곧 아기를 위한 선택이니까."
12주차부터 시작한 A형·B형 간염 예방접종
나는 12주차부터 예방접종을 시작했다.
A형 간염은 총 2회, B형 간염은 총 3회에 걸쳐 접종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개인 항체 상태와 병원 지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A형 1차 접종과 B형 1차 접종을 동시에 맞았다.
A형 접종은 별다른 이상 반응 없이 지나갔고, 의외로 그리 아프지도 않았다.
B형 접종은 솔직히 말해서 엄청 아팠다.
주사 맞는 순간도 따끔했지만, 그다음 날부터 팔을 거의 들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잠을 잘 때, 물건을 들 때, 심지어 옷을 입을 때도 팔이 욱신욱신했다.
병원 간호사 선생님도
“B형은 원래 많이 아파요. 팔 근육통처럼 오는 분 많아요”라고 설명해 줬다.
그래서 나는 두 번째 접종부터는 ‘안 쓰는 팔’에 맞기 시작했다.
오른손잡이라면 왼팔에 맞는 걸 적극 추천하고 싶다.
물건 들기, 세수하기, 잠자기… 일상생활 불편함이 꽤 컸기 때문이다.
맞을까 말까 고민하는 분들께 – 내 선택 기준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예방접종을 ‘권유받았지만 고민 중인’ 누군가에게 실제 기준을 전해주고 싶어서다.
그 기준은 이랬다:
- ✅ 항체가 없다면 감염 위험이 ‘진짜로’ 존재한다
- ✅ 임신 중 감염되면 치료가 어렵고, 입원 가능성도 있다
- ✅ 이 예방접종은 비활성화 백신으로, 임산부에게도 비교적 안전하다
- ✅ 아이에게 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산모 건강을 지키는 간접 보호
- ✅ 시기를 놓치면 출산 이후까지 미뤄야 하는 경우도 있음
물론 백신이니까 100% 부담 없이 맞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나는 정보를 충분히 들었고, 결정할 수 있을 만큼 설명을 받았고, 감정적으로도 납득이 됐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선택할 수 있었다.
예방이 주는 건 단순한 ‘안전’이 아니라 ‘심리적인 안정감’
지금 나는
✅ A형 1차 접종 완료
✅ B형 2차 접종까지 완료
한 상태다.
아직 마지막 회차들이 남았지만,
그때만큼은 “그래, 내가 뭘 준비하고 있다”는 안도감이 있다.
사람들은 예방접종을 하면 “그걸로 끝났어!”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접종을 했다는 것 자체가 내 안의 불안을 덜어주는 안정감이 된다.
임신 기간은 매일이 기대이자 걱정이고, 희망이자 긴장이다.
그런 시간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했다는 마음”은 그 자체로 엄마에게 큰 위로가 된다.
마무리: 엄마를 지키는 건 결국 아기를 지키는 일이었어요
임신 중 맞는 예방접종이란 단어가 처음엔 낯설고 무섭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충분한 설명, 정확한 검사, 실제 경험이 뒷받침되면
그 선택은 ‘두려움’이 아니라 ‘준비된 선택’이 된다.
나는 아직 예방접종을 모두 끝낸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해온 선택들을 돌아보면
결코 무서워서 회피한 것도, 누군가 시켜서 억지로 한 것도 아닌
“이 아이를 위해, 나를 위해 스스로 선택한” 시간들이었다.
지금 예방접종을 고민하고 있는 예비맘이 있다면,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알고, 의사와 충분히 상담하고,
스스로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정보를 모은 뒤에
용기 있게 선택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우린 이미 매일 엄마로서 잘 해내고 있고,
그건 분명 어떤 선택보다도 더 중요한 준비이기 때문이다.
'임신과출산 > 임신부터출산까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산부 철분제 복용 가이드 – 복용 시기, 방법, 부작용까지 정리 (0) | 2025.07.08 |
---|---|
우리는 왜 태명을 ‘오덕이’로 짓게 됐을까 – 의미, 감정, 그리고 변화들 (0) | 2025.07.07 |
고령산모로서 니프티검사를 권유받고, 결국 하지 않기로 한 이유 (0) | 2025.07.07 |
아기집 이후 초음파 변화 – 화면 속 아기가 자라는 걸 보는 기적 (0) | 2025.07.06 |
임신 초기 확정 후 첫 일주일 – 내가 가장 먼저 한 것들 (0) | 2025.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