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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과출산/임신부터출산까지

임신 초기 확정 후 첫 일주일 – 내가 가장 먼저 한 것들

인공수정 후 임신 확정을 받은 순간부터 시작된 첫 일주일. 조심스러웠던 감정과 가장 먼저 바뀐 루틴들을 기록합니다.

 

사실 나는 난임 진단을 받고, 인공수정을 통해 임신하게 되었다.
그 과정을 지나오기까지 수많은 고민과 눈물,
그리고 반복된 실패가 있었다.
그래서 임신 테스트기에서 두 줄이 나왔을 때도
기쁨보다는 “정말일까?” “이번에도 아닐까?” 하는 불안이 먼저 밀려왔다.

이미 여러 번 실망했던 터라 임테기조차 믿기 힘들었고남편도 섣불리 믿지 않는 상황이었다.

나는 여전히 이게 진짜인지, 며칠 뒤에도 여전히 내 안에 아기가 있는지 확인받기 전까진
쉽게 감정을 꺼내기 어려웠다.

그런데 임테기를 확인한 다음 날, 갑자기 배를 쥐어짜는 듯한 복통이 찾아왔다.
너무 놀라 병원으로 달려갔고, 초음파를 확인한 의사 선생님은
“괜찮아요. 아기집이 자리 잡는 중이에요.”라고 말해주셨다.
그 순간 초음파 화면 속 작고 까만 점 하나가 보였고,  나는 말없이 그 화면을 한참 바라봤다.
그게 내가 처음으로 우리 아기를 직접 확인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확정’이라는 말을 들은 순간부터
조심스럽지만 분명히 달라진 일주일이 시작됐다.

임신 초기 확정 후 첫 일주일


병원 가기 전, 스스로를 다독이기

확인을 했지만 확신은 없었다.  

기쁘다고 말할 수 없었고,  오히려 불안이 먼저 찾아왔다.  
몸에 특별한 변화는 없었지만, 정해진 시점에 테스트기를 확인했고
두 줄이 선명히 떠 있는 걸 본 순간, 마음이 멈췄다.

남편에게 보여주기까지 30분 넘게 혼자 테스기를 한참 바라봤던 기억이 난다.

기뻤지만, 기쁘다고 쉽게 말할 수 없었던 이유는 그만큼 간절했기 때문이었다.
"이 아이가 정말 내게 온 걸까?"
그날 이후 나는 병원에 가기 전까지 하루하루를 조용히 숨 쉬듯 보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몸을 움직이는 모든 순간이 조심스러워졌고,
이 작은 생명이 내 안에 있다는 감각이 아직 낯설기만 했다.


갑작스러운 복통, 그리고 아기집을 본 날

임테기를 확인한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았을 때, 갑작스러운 복통이 찾아왔다.  
쥐어짜는 듯한 아랫배 통증에  너무 무서워 병원으로 향했다.

초음파를 보는 내내 숨이 막힐 듯 긴장했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은 웃으며 말씀하셨다.

“괜찮아요. 아기집이 잘 자리 잡고 있어요.” 

그때 나는 처음으로  초음파 화면 속 작은 까만 점 하나를 보았다.  
그게 바로 우리 아기였고,  그 순간은 불안보다 더 큰 안도감과 연결되었다.


가장 먼저 했던 건 ‘검색’이었어요

확인 후 가장 먼저 한 행동은 축하나 기념이 아니었다.  
나는 스마트폰을 들고 계속 검색을 했다.

"임신 4주 증상”, “유산 확률”, “착상 출혈”...

정보를 알아야 불안을 덜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검색은 불안을 해소하기보다 키우기도 했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었던 이유는  이 생명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남편에게 털어놓은 그 순간

사실 임신 테스트기에서 두 줄을 봤을 때, 그걸 바로 남편에게 말하지 않았다.

혹시 또 실망하게 될까 봐,  기대하게 하고 싶지 않아 하루를 넘겼다.
말을 꺼내는 데에 시간이 필요했다. 그만큼 내 마음은 복잡했다.
기대와 두려움, 기쁨과 걱정이 뒤섞여 말 한마디 꺼내는 게 너무 조심스러웠다.

그날 저녁, 식사를 마친 뒤 거실 조명을 약하게 켜고 앉아 있다가
내가 조용히 말했다. 
“우리… 아마 된 것 같아.”

남편은 놀라움과 벅참이 동시에 담긴 눈으로 날 바라보다가 말없이 나를 안아줬다.
우린 서로 말을 많이 하진 않았다.
그저,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이 그 어떤 말보다 위로가 됐다.


처음 바뀐 루틴 – 작은 실천들

임신이 확정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모든 게 달라진 건 아니었다.
하지만 내 루틴은 조용히, 그리고 아주 분명하게 변하고 있었다.

  • 따뜻한 물 마시기: 평소보다 자주 마셨고, 차가운 물은 멀리했다.
  • 엽산 복용 시작: 원래부터 준비하고 있었지만, 더 철저하게 챙겼다.
  • 감정일기 쓰기: 하루 한 줄씩 내 마음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 몸의 변화 기록하기: 가슴이 민감해진 날, 배가 묵직한 날… 그런 것들을 기록했다.

겉으로 보기에 나는 여전히 출근하고,  여전히 똑같은 사람처럼 보였겠지만
이런 루틴이 나에게 엄마가 되고 있다는  확실한 감각을 만들어주었다.


겉으론 똑같지만, 마음은 이미 엄마가 되어 있었다

그 첫 일주일 동안 아무도 내가 임신한 줄 몰랐다.
회사 사람들, 친구들, 심지어 친정엄마에게도 아직 말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나는 그 어떤 순간보다 단단해지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다.

계단을 오를 때 한 번 더 조심했고, 집에 돌아오면 손을 두 번 더 씻었다.
밤에 잠들기 전에 배 위에 조용히 손을 올리고
“괜찮지? 거기 있어줘”라고 속삭였다.

그건 누구에게도 들려주지 않은 아주 사적인 기도이자 다짐이었다.

겉모습은 변한 게 없었지만 내 마음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누군가의 엄마가 된다는 건 신체적 증상보다 먼저 마음이 바뀌는 과정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마무리: 엄마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변화

엄마가 된다는 건  병원에서 결과를 듣는 걸로 시작되는 게 아니라  
작은 생명을 인정하고, 그 생명과 함께 하루를 조심스럽게 살아가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마음의 변화로 시작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아직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은 순간에도 나는 이미 몸을 조심했고,
감정을 다독였고, 아기를 생각하며 하루를 살아갔다.

그 첫 일주일은 세상 누구보다도 가장 조용한 기쁨이었고, 가장 강렬했던 시간이었다.

그 시간들을 지나 지금 나는 21주차.
처음보다 훨씬 안정되고, 훨씬 단단해졌어요.

하지만 여전히 그때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너, 그날부터 이미 엄마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