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명을 ‘오덕이’로 지은 이유, 그리고 이름 없는 존재에게 처음 말을 건 순간. 임신 중 태명이 주는 감정의 변화와 유대감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
이름 없는 존재를 처음 부르던 그때
임신하고 나서 얼마 동안은 아기를 그냥 ‘아가야’라고 불렀다.
초기에는 그 말만으로도 충분히 벅찼고,
배 속에 생명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놀랍고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마음이 바뀌었다.
아직 얼굴도, 성별도 모르는 이 작은 존재에게
‘어떤 이름’으로라도 불러주고 싶다는 마음이 자라났다.
단순한 애칭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태명”은 내게 있어 그냥 부르는 말이 아니었다.
‘내 아이’라는 감정이 자리 잡는 첫걸음이었고,
우리가 이 생명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었다.
태명을 고민하게 된 시점 – 그냥 “아가야”로는 부족했던 순간
임신을 확정받고 한동안은 아이를 그냥 “아가야”라고 불렀다.
초음파를 보고, 심장소리를 들으며 벅차오르는 마음으로 “아가야~ 오늘도 잘 있었지?” 하고 조용히 배를 쓰다듬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이상하게도,
“아가야”라는 말이 내 마음을 다 담아내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무의식적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에게 말을 걸고 있었고,
그 대화 속에서 ‘조금 더 친밀하게 부를 수 있는 이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남편이 말했다.
“우리 아기 이름 하나 정하자. 태명 같은 거 있잖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아직 얼굴도 못 봤고, 태동도 느끼지 못한 아기지만
우리가 진심으로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는 마음이 그 이름 하나에 담길 것 같았다.
‘그냥 부르는 이름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첫 시작 같은 이름.’
그게 바로 우리가 태명을 고민하게 된 시작이었다.
태명 ‘오덕이’의 의미 – 인, 의, 예, 지, 신 다섯 가지 덕
우리는 아이의 태명을 ‘오덕이’라고 지었다.
처음엔 장난처럼 시작된 이야기였지만,
그 안에는 우리 부부의 가치관이 담겨 있다.
‘오덕’은 말 그대로 다섯 가지 덕목,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을 말한다.
한자로 보면 딱딱해 보이지만,
그 의미는 누구보다 바르게, 따뜻하게, 지혜롭게 자라라는 마음이다.
세상이 각박하더라도 남을 헤아릴 줄 알고, 자신을 지킬 줄 알고,
예의를 갖추며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그런 바람을 담아 남편이 처음 꺼낸 이름이 바로 “건바”였다.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라는 뜻이었는데,
솔직히 나는 처음에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건바는 좀… 이상하지 않아?”
그렇게 시작된 대화 끝에, 우리는 서로 웃으면서도 의미 있는 이름을 찾게 됐고
그 결과가 바로 “오덕이”였다.
촌스럽지만 정이 간다 – ‘오덕이’가 입에 붙기까지
사실 처음 “오덕이”라는 이름이 나왔을 땐
둘 다 조금 웃었다. “너무 촌스러운 거 아니야?”
“약간 개그 캐릭터 같기도 한데?”
그런 반응 속에서도 묘하게 정이 갔다. 뭔가 털털하고, 친근하고, 사람 냄새나는 느낌이랄까.
처음에는 남편이 “건바”라고 하자고 했었다.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라”는 의미라며, 너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나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그건 너무 억지야!” 하고 장난스럽게 받아쳤고,
결국 둘이 머리를 맞대고 다시 의미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이름을 정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게 바로 ‘오덕이’다.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
다섯 가지 덕목을 품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부를수록 마음이 편해졌고,
처음엔 어색하게 느껴졌던 ‘오덕이’가
어느 순간 “오덕아~ 잘 잤니?” 하고 자연스럽게 입에 붙었다.
심지어 지금은 남편보다 내가 더 자주, 더 애틋하게 부르고 있다.
때로는 귀엽게, 때로는 진지하게.
이름 하나로 이렇게 감정이 달라질 줄은 몰랐다.
사람들이 자주 짓는 태명, 그리고 우리가 느낀 태명의 효과
요즘 임산부들이 많이 짓는 태명들을 검색해보면 정말 다양하다.
콩이, 튼튼이, 찰떡이, 복덩이, 하늘이, 해님이…
대부분은 간단하고 귀여운 이름이 많다.
그런데 그런 태명도 좋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의미를 담고 싶었다.
태명이 단지 부르는 이름이 아니라
아이에게 보내는 ‘처음 편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심리학에서도
태명을 지어 아이를 부르고 교감하는 행위는 태교 효과에도 긍정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 감정 안정
- 임신에 대한 책임감 증가
- 태아와의 유대감 강화 등
단순히 감성적인 이유뿐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태명은 임신 중 정서적 연결을 도와주는 요소라는 걸 알게 됐다.
태명을 부르며 생긴 변화들 – 나는 이제 엄마로 불리는 사람
“오덕이”라는 이름을 부르면서
나는 단순히 ‘임산부’에서 ‘엄마’라는 존재로 조금씩 옮겨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
남편도 점점 태명으로 아기에게 말을 걸고,
가끔은 “오덕아~ 아빠가 오늘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셨다 ㅎㅎ”라며
혼잣말 같은 대화를 이어가곤 한다.
부를 이름이 생기고 나니 아기는 아직 눈앞에 없지만,
어느 순간 가족 구성원처럼 느껴졌다.
이건 단순히 이름 하나를 정한 일이 아니었다.
이 아이를 위해 처음으로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만든 ‘가족의 상징’이었다.
당신도 태명을 지어보길 바라며
태명이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나에겐, 우리에겐
이 작은 이름이 우리 아기를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첫걸음이었다.
"오덕이야, 오늘도 잘 지내고 있지?"
이 한마디를 할 수 있다는 게
임신 중 가장 따뜻하고 단단한 순간 중 하나다.
혹시 아직 태명을 고민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너무 거창하지 않아도, 귀엽고 단순해도 좋다.
당신만의 의미, 당신만의 마음을 담은 이름이면 충분하다.
그 이름은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에게 보내는
당신의 첫 인사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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