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집 확인 이후부터 초음파를 통해 아이가 자라는 과정을 지켜본 기록. 5주차 심장소리가 안 들려 불안했던 순간부터, 8주차 ‘옛날통닭’ 같은 아기를 보며 웃었던 날까지 – 엄마가 되어가는 시간의 기록.
아기집 이후,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처음 병원에서 아기집을 확인하고 ‘임신 확정’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안도와 불안을 동시에 느꼈다.
확정은 받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은 심장소리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심장이 뛰는 걸 듣기 전까진, 마음 한편엔 늘
“혹시 이번에도…”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아기집을 봤을 땐 기적처럼 느껴졌는데,
그다음부터는 또 다른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5주차, 심장소리를 듣지 못했던 날
임신 5주차, 두근대는 마음으로 병원을 찾았다.
초음파를 보며 나는 속으로 기도하고 있었다.
“부디… 심장소리 들리게 해주세요.”
하지만 의사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지금은 아직 안 들려요. 다음 주에 다시 보죠.”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온몸에 힘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괜찮을 수도 있다는 말도, 다음 주에 보자는 말도
다 내겐 불안으로만 들렸다.
병원 문을 나서던 그 순간, 나는 하늘을 보며 스스로를 달랬다.
“괜찮아. 아직 일러서 그런 거야. 우리는 기다릴 수 있어.”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엔 정말 괜찮은 걸까 하는 두려움이 자라나고 있었다.
6주차, “들린다!” 분명했던 심장의 박동
일주일이 지났고, 다시 병원을 찾았다.
기대 반, 불안 반이었다.
나는 이미 그 일주일 동안 하루도 마음이 편한 적이 없었다.
병원에 가기 전부터 긴장감이 엄청났고, 주차장을 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심호흡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초음파실 앞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 그 몇 분은 시간이 얼어붙은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
초음파 기계가 작동되고, 그 순간 들려온 소리.
“두구두구두구…”
선명하고, 규칙적인 박동 소리가 화면과 함께 울렸다.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들리죠? 잘 뛰고 있어요. 아주 잘 자라고 있어요.”
나는 순간 숨을 멈추고 귀를 집중했다.
이게 바로 우리 아기의 심장 소리구나.
눈물이 날 것 같은 벅참이 밀려왔지만
나는 그냥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너무 기쁘지 않기 위해 아직은 차분하게 감정을 눌러야 했기 때문이다.
8주차, 젤리곰이 아니라 ‘옛날통닭’을 보다
사람들은 8주차에 보통 “젤리곰처럼 생긴 아기를 본다”고 했다.
팔, 다리, 머리 형태가 희미하게 보이면서 처음 사람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라 했기에 기대가 컸다.
나는 초음파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고, 드디어 의사 선생님이 한마디 하셨다.
“어… 지금 이 시기치곤 아주 잘 자라고 있네요. 많이 커졌어요.”
그런데… 화면에 보인 우리 아기는 젤리곰이 아니었다.
정말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엥? 옛날통닭 같은데? ㅋㅋㅋ” 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조금 울퉁불퉁한 몸선과 다소 기이한 비율.
하지만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어찌나 생생하던지.
저게 정말 내 뱃속에 있다는 사실이 그제야 현실로 다가왔다.
병원에서 돌아온 날, 나는 초음파 사진을 스캔해서 남편에게 보내줬다.
“자기야, 이게 우리 옛날통닭이래 ㅋㅋㅋ”
남편은 웃으면서도 한참을 그 사진을 들여다보다가 말했다.
“너무 신기하다… 진짜 아기가 있네.”
그 말에 나도 괜히 울컥했다.
같이 확인하고, 같이 놀라고, 같이 웃을 수 있다는 건 그 자체로도 너무 소중한 순간이었다.
초음파가 기다려지는 이유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초음파라는 것이 단순히 상태를 확인하는 용도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화면을 보고, 그 안에서 아기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걸 체감하는 순간부터
초음파는 단순한 검진이 아니라 감정을 연결하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내가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아기도 알고 있는 걸까.
심장 소리가 또렷하게 들리는 날은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고,
사진 속 작게 웅크린 아기의 모습이 떠오를 때마다
나도 모르게 배를 쓰다듬는 습관이 생겼다.
그게 아주 작은 행동이지만, 나에겐 엄마라는 역할을 조금씩 받아들이게 해 준 루틴이었다.
마무리: 아기와 함께, 나도 자라고 있다
지금 나는 21주차, 그동안 초음파를 몇 번이나 봤는지 모른다.
그때마다 두근거렸고, 기다림과 안도의 감정이 반복되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화면 속 아기가 자라는 만큼 내 마음도, 나라는 사람도 함께 자라났다는 것이다.
그 시작은 아주 작고 까만 점, 아기집에서 시작되었고, 지금은 통통하게 움직이는 태동으로 이어졌다.
나는 지금도 초음파 사진들을 하나하나 날짜 순서대로 모아두고 있다.
어떤 날은 꺼내어 보며 “이때는 정말 작았구나”
“이 날 심장소리 처음 들었지” 하며 나 혼자 감정 여행을 떠난다.
초음파는 그저 기록이 아니라 엄마가 되는 과정에서 나를 지켜준 정서적인 버팀목이었다.
매주 조금씩 변화하는 초음파, 그 안에서 자라는 아이를 보며
나는 오늘도 조금 더 ‘엄마’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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