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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창업/ERP

ERP 없이 운영하던 시절, 내가 저질렀던 실수들

카페 운영 시 ERP 없이 겪은 재고관리 실수, 수기장부 오류, 거래처 문제를 정리했습니다. 소상공인, 1인창업자에게 꼭 필요한 운영 노하우입니다.

커피만 잘 내리면 될 줄 알았다

몇 년 전, 나는 작은 개인 카페를 운영했다.
가게는 작았지만, 메뉴는 정성껏 만들었고 손님과의 소통도 즐거웠다.
그래서인지 처음엔 ‘매출’만 신경 쓰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했다.

커피는 많이 나가는데 통장은 항상 비어 있었고, 장부는 매번 미뤄졌다.
재고는 헷갈리고, 거래처는 섞이고, 정산 시즌이면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ERP 같은 시스템은 ‘큰 회사나 쓰는 거’라고 생각했고, 나는 그냥 열심히 하면 된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시절의 나는 일을 ‘운영’이 아니라 ‘감’으로 버티고 있었던 거다.

ERP 없이 운영하던 시절, 카페창업

 


실수 1: 재고는 눈으로 보면 된다고 착각했다

카페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재료는 우유, 시럽, 원두 같은 기본 재료들이다.
나는 그걸 매일 눈으로 보고 대충 계산해 발주했다.

처음엔 괜찮았다. 그런데 문제는 늘 예상치 못한 순간에 터졌다.
주말에 갑자기 손님이 몰리면 시럽이 먼저 떨어졌고,
계절이 바뀌면 안 팔리는 재료들이 남아서 폐기처리되는 일이 반복됐다.

원두는 유통기한이 짧고 단가도 높다.
2~3kg만 잘못 관리해도 몇만 원 손해가 났다.
그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매달 10만 원 가까운 원재료 손실이 나도, 그게 어디서 새는 건지조차 정확히 몰랐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단지 수량을 숫자로 기록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매달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었던 거다.


실수 2: 수기 장부는 기억과 시간에 의존한다

나는 장부를 직접 손으로 썼다.
노트 한 권에 날짜, 매출, 카드 결제, 현금 결제를 적고 그날 쓴 돈을 메모하는 방식이었다.

문제는 항상 바쁠 땐 쓰지 못한다는 거였다.
주말 장부는 월요일에 몰아서 쓰게 되고,
그땐 이미 기억이 가물가물해진다. 
POS에서 매출을 다시 확인하고, 카드·현금 내역을 대조하는 작업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그러다 보니 숫자를 헷갈리게 적거나 금액을 빼먹은 일이 많았고,
한 달 합산 매출이 POS 시스템과 맞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결국 그걸 다시 엑셀로 옮겨 적는 데 시간은 시간대로 쓰이고,
나는 더 이상 내가 뭘 정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는 지경이 됐다.


실수 3: 세금 신고는 늘 벼락치기였다

부가세 신고 시즌이 오면 공포가 찾아왔다.
노트, 영수증, 입출금 내역을 전부 꺼내 장부를 다시 정리해야 했다.

정리된 파일을 세무사에게 보내야 하는데, 항상 뭔가 누락되거나 계산이 안 맞았다.
카드 수수료, 거래처 지출, 이체 내역이 뒤섞여
세무사로부터 “이거 다시 정리해 오세요”라는 말을 듣는 것도 익숙했다.

문제는 그런 일이 매년 반복됐다는 점이다.
부가세는 절세할 수도 있지만, 나는 정리 부족으로 과납하거나,
세무 대행 수수료를 더 지불해야 했다.

그때마다 ‘나는 사업을 잘 못하는 건가?’라는 자괴감이 밀려왔다.


실수 4: 거래처 관리가 시스템 없이 돌아갔다

내 거래처는 처음엔 3곳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커피, 우유, 시럽, 디저트, 포장재까지
7~8곳으로 늘어났고, 각 업체의 납품 방식과 결제 주기가 전부 달랐다.

누구는 선불이고, 누구는 후불, 어디는 월말, 또 어디는 15일 정산이었다.
나는 그걸 달력 메모와 머리로 기억했다.

한 번은 결제일을 놓쳐 납품이 중단된 적이 있었고, 
또 한 번은 단가 인상된 걸 모르고 그대로 메뉴를 팔아
잘 팔릴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 벌어졌다.

ERP를 도입하고 나서야 알게 됐다.
내가 운영을 하는 게 아니라, 운영에 끌려다니고 있었던 것이라는 걸.


실수 5: 정리 시간이 많아질수록 전략은 사라졌다

ERP 없이 운영하던 시절, 나는 하루에 1시간 이상을 ‘정리’에만 썼다.

장부를 쓰고, 재고를 확인하고, 거래처 메모를 보며 이체 일정을 확인하고,
한 달에 한 번은 카드 매출과 세금계산서를 정리했다.

그 시간은 전부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장애물이었다.
그땐 몰랐다. 
그 1시간을 절약했다면 신메뉴를 만들고, SNS 홍보 콘텐츠를 기획하고,
고객 리뷰를 응대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뒤늦게 깨달은 운영의 본질: '감'이 아니라 '시스템'

어느 날 정말 우연히, ‘무료 ERP’라는 키워드를 보고 몇 가지를 비교해 봤다.

처음엔 어렵게 느껴졌지만, 단순한 기능부터 하나씩 입력해 보니 내가 몰랐던 데이터들이 눈에 들어왔다.

요일별 매출 추이, 재고 회전율, 거래처별 결제 내역, 부가세 신고 자료까지
ERP 한 곳에서 정리되니 정말 하루가 다르게 편해졌다.


지금 나는 실수하지 않는다

ERP를 쓰기 전에는 “나는 왜 이렇게 바쁘기만 하지?”라는 질문을 달고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ERP가 내 하루를 정리해 주고, 내 사업을 ‘보여주는 시스템’이 되었기 때문이다.

  • 마감은 15분이면 끝난다
  • 장부는 자동으로 정리된다
  • 거래처 결제일도 놓치지 않는다
  • 세무사에게 보내는 자료도 버튼 한 번이면 출력된다

나는 이제 감으로 운영하지 않는다. 시스템으로 판단하고 결정한다.


마무리: 당신의 실수를 줄이는 단 한 가지 방법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하나다.
과거의 나처럼,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도 왜 이렇게 버겁고, 시간이 부족한지
답답함을 느끼는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해결책을 알려주고 싶어서다.

ERP는 기술이 아니다. 
운영을 위한 습관이고, 시스템이고, 보호막이다.

오늘부터 하루 5분, 매출 한 줄이라도 ERP에 입력해 보자.
그 작은 기록이, 당신의 운영을 바꾸고 당신의 시간을 지킬 것이다.